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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근무

4일 하이브리드 근무제 실험의 실제 효과와 국내외 사례 분석

하이브리드 근무와 4일 근무 실험

4일 근무제란 무엇인가: 개념과 도입 배경

4일 근무제(Four-Day Workweek)는 일주일에 5일이 아닌 4일만 일하고 3일을 쉬는 근무 형태를 말한다. 흔히 주 32시간 근무제를 의미하며, 노동시간을 줄이되 급여나 복지를 유지하는 모델로 인식된다. 처음엔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실험적 제도로 여겨졌으나, 최근엔 기업의 생산성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입 배경에는 몇 가지 흐름이 있다. 첫째, 팬데믹 이후 유연근무제 확산으로 기존의 근무 시간과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이뤄졌고, 둘째, 직원 이탈과 번아웃 방지가 기업의 주요 이슈가 되면서 휴식과 생산성의 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셋째, 기후위기와 에너지 절약 등 ESG 측면에서도 4일 근무제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 덜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교통 혼잡 완화, 에너지 사용 절감, 탄소배출 감소 효과가 있다.

결국 4일 근무제는 단순한 ‘휴일 확대’가 아니라, 노동의 질적 전환과 조직 운영 방식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이제는 몇몇 스타트업이나 혁신 기업만의 시도가 아닌, 정부와 대기업까지 참여하는 '제도 전환기'로 접어들고 있다.

실제 효과: 업무 효율성, 생산성, 직원 만족도의 변화

4일 근무제가 주는 가장 큰 효과는 단연 ‘직원 만족도 상승’이다. 근무일이 줄어드는 대신, 휴식일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건강한 상태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영국에서 2022년에 실시된 대규모 4일 근무제 실험(6개월, 61개 기업 참여)에서는 참가 기업의 92%가 실험 종료 후에도 제도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의 스트레스는 39% 감소했고, 우울감은 71% 감소, 병가 사용도 줄어들었다. 반면 업무 효율성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한 기업이 85%에 달했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많다. 시간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지면, 불필요한 회의나 비효율적인 업무가 줄고,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시간의 문제를 넘어, 일의 질과 결과 중심의 문화 전환으로도 이어진다.

다만, 모든 산업과 조직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 응대나 공정 운영처럼 연속성과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업종은 교대제나 대체 인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또한 일부 조직에서는 '하루 줄어든 만큼 하루하루가 더 바빠진다'는 피로감이 보고되기도 한다. 결국 성공적인 4일 근무제 도입을 위해서는 시간 단축만이 아니라 업무 방식의 전면적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해외 사례 분석: 유럽, 미국, 일본의 도입 현황과 특징

4일 근무제 실험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이미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는 2015~2019년 동안 정부 주도로 공공부문 노동자 약 2,5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 업무 효율성 유지, 직원 건강 지표 개선, 직장 내 성평등 강화라는 성과를 도출했다. 이후 아이슬란드는 85% 이상의 직장이 유사한 근무 유연성을 도입하게 되었다.

영국은 민간 주도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2022년 실험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4일 근무제 실험으로 기록되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중소기업이 제도를 정착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스페인 정부도 소기업을 대상으로 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하며, 임금 삭감 없이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보조금 정책을 시행했다.

미국은 기술 중심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티브 기업을 중심으로 실험이 이뤄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는 Basecamp, Kickstarter, Bolt 같은 기업이 있다. 이들은 4일 근무와 함께 회의 최소화,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문화, 성과 중심 평가 시스템을 동시에 도입해 제도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은 독특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도 4일 근무 실험이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재팬은 2019년 ‘Work-Life Choice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전 직원에게 주 4일제를 시범 적용했고, 생산성이 40%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은 장시간 근무 문화와 연공서열 중심의 조직 문화가 여전히 강해, 제도의 대중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도입 현황과 전망: 가능성과 과제

한국에서도 4일 근무제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고용노동부가 밝힌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방향에는 사실상 4일 근무제의 제도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예컨대, 국내 IT 스타트업인 자비스앤빌런즈, 컬리, 와디즈, 업스테이지 등은 주 4일제 또는 선택적 근무제를 도입하며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도 서울시 산하 일부 기관이 주 4일제를 실험 중이며, 경기도 일부 지자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4일 근무제는 인재 유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이 업무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단순히 시간을 많이 투입하는 것보다 핵심 업무에 집중하는 방식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적 맥락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첫째,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 정착이 아직 부족하다. 시간이 아닌 결과로 평가받는 문화가 미비한 조직에서는 4일 근무가 ‘일은 줄고 압박은 늘어나는 구조’로 오해될 수 있다. 둘째,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제도 도입 격차가 클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기존 근로기준법과 노동시간 관련 법제도가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4일 근무제는 단순한 ‘단축 근무’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근무와 같이 조직문화의 전환, 일의 재정의, 개인의 삶에 대한 새로운 설계를 포함하는 흐름이다. 각국의 실험은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직무 중심, 성과 중심의 일 방식으로 이동 중인 산업군에서는 충분히 정착 가능한 모델로 보인다. 그러나 그만큼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운영에 대한 근본적 혁신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도 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지금은 ‘시도해볼 타이밍’이다. 다만 기술, 제도, 문화가 균형 있게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