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근무

직무 특성에 따른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 맞춤형 설계 프레임워크

worktrends 2025. 7. 17. 09:00

하이브리드 근무는 유연성과 생산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새로운 근무 모델로 자리 잡았지만, 모든 조직이나 직무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과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조직이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직원들의 삶과 업무의 경험을 개선하면서도 비즈니스의 성장과 성과도 함께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이 목적을 위해서는 각 직무가 달성하려는 목표와 업무 하는 방식과 특성에 맞춰 근무 형태를 설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발 직무는 장시간 집중 작업이 필요하므로 재택에 최적화될 수 있지만, 교육 기획이나 영업 직무는 실시간 협업이나 대면 커뮤니케이션의 비중이 높아 물리적 출근이 일정 수준 요구된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사적으로 주 3일 출근, 주 2일 재택이라는 획일적 기준을 도입한다면, 특정 직무군에는 지나치게 제약이 되고, 다른 직무군에는 오히려 통제가 부족해질 수 있다. 결국 하이브리드 근무는 단순한 제도 도입이 아니라, ‘직무 적합성’을 기준으로 설계되는 조직 운영 전략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의 고유한 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따라 최적의 근무 구성을 정의하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직무 특성 별 하이브리드 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을 위한 직무 특성 분류

효과적인 하이브리드 근무 모델 설계를 위해서는 먼저 각 직무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직무마다 일하는 방식, 협업의 빈도, 필요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고 근무형태를 일괄 적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이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직무를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분류하는 방식입니다. 첫 번째 축은 ‘정보 중심 직무’와 ‘관계 중심 직무’로 나누는 것이고, 두 번째 축은 ‘절차 중심 직무’와 ‘성과 중심 직무’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 두 축을 조합하면 총 4가지의 직무 유형이 도출됩니다. 각각의 유형은 어떤 방식의 하이브리드 근무가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먼저, ‘정보 중심 직무’는 주로 회계, 전산, 데이터 분석, 콘텐츠 작성, 개발자와 같이 정형화된 데이터를 다루거나, 문서, 시스템, 지표 등을 기반으로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은 업무를 말합니다. 이런 직무는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조용한 환경에서의 집중력과 정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재택근무 환경이 상대적으로 더 잘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관계 중심 직무’는 인사담당자, 교육기획자, 세일즈, 프로젝트 매니저 등과 같이 동료나 고객,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력이 핵심이 되는 업무를 말합니다. 이 직무군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환경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축인 ‘절차 중심 직무’와 ‘성과 중심 직무’는 업무의 측정 방식과 성과 관리 구조를 기준으로 나눕니다. ‘절차 중심 직무’는 업무 수행의 순서나 기준이 이미 정해져 있어, 그 절차를 정확히 따라야 하는 업무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 매뉴얼이 있는 CS 직무나, 일정한 기준에 따라 문서를 심사하는 행정 직무, 제조 현장에서 프로세스를 따라야 하는 품질 관리 직무 등이 있습니다. 이런 직무는 실시간 보고, 감독, 기록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 중심의 근무가 더 적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성과 중심 직무’는 절차보다는 얼마나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가 더 중요한 업무입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캠페인 설계, 콘텐츠 퍼포먼스, 기획서 작성, 코딩 결과물 등은 결과물의 질과 양이 핵심 평가 기준이기 때문에, 반드시 동일한 장소나 시간에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율성과 몰입 시간 확보가 중요하므로, 재택이나 시간 탄력성이 높은 하이브리드 모델에 더 잘 맞습니다.

이 두 가지 축을 결합하면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유형의 직무 분류가 나옵니다.

 

정보 중심 + 절차 중심 직무: 이 유형은 회계, 데이터 입력, CS 운영, 문서 심사 등과 같이 정형화된 데이터나 시스템을 따라 일하면서, 매뉴얼이 존재하는 반복성 있는 업무입니다. 재택근무가 효율적이며, 집중력 있는 환경이 오히려 성과를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 보안이나 근무 기록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정보 중심 + 성과 중심 직무: 개발자, 디자이너, 작가, 콘텐츠 마케터, 리서처 등과 같이 혼자 일할 시간이 많고, 결과물 자체로 평가받는 직무입니다. 이 유형은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재택 비중이 높고, 출근일은 협업이나 피드백 회의용으로 설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일의 특성상 집중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출근일을 최소화하고 성과로 평가하는 구조가 적합합니다.

 

관계 중심 + 절차 중심 직무: 이 유형은 HR 운영, 교육 기획, 내부 총무, 품질 관리, 생산지원 부서 등과 같이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이며, 그 안에서도 일정한 업무 프로세스를 따라야 하는 업무입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하되, 출근일을 팀 단위로 조정하거나, 업무 주기(예: 월간 결산, 교육 일정 등)에 맞춰 대면 협업을 배치하는 방식이 적절합니다.

 

관계 중심 + 성과 중심 직무: 영업, 컨설턴트, 전략기획, 마케팅 매니저 등과 같이 고객, 외부 파트너, 상위 관리자와의 상호작용이 많으며, 결과 지표가 명확한 직무입니다. 이 유형은 근무 장소를 고정하기보다, 주 단위 스케줄링, 유동적 출근, 출장 가능성까지 고려한 유연한 하이브리드 설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외부 일정이 많을 경우, 본사 출근과 재택 사이의 균형보다는 이동 경로와 업무 흐름을 중심으로 스케줄을 맞추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무의 속성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해하면, 조직은 불필요한 출근 강요나 무의미한 재택 제약 없이, 각 업무에 맞는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구성원이 느끼는 수용성과 납득도가 높아져, 하이브리드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맞춤형 설계를 위한 3단계 프레임워크

직무 기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일률적 기준이 아니라, 맞춤형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프레임워크 기반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 번째 단계는 진단을 통해 각 직무의 수행 방식, 협업 요구도, 정보 민감도, 업무 결과 측정 방식 등을 기준으로 직무 특성을 분류한다. 조직 규모가 클 경우, 부서별 리더와 협의하여 사전 진단표를 통해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직무 유형을 평가하게 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조율 단계로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팀 혹은 부서 단위로 근무 형태의 방향성을 설계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업무 특성과 조직의 목표, 구성원의 근무 선호도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략기획 팀은 전원 원격 근무가 불가능하지만, 주 1회는 재택으로 아이디어 구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 회계팀은 상시 재택근무가 가능하되, 월 마감일 3일 전에는 사무실 출근을 정례화하는 식의 하이브리드 룰이 가능하다. 세 번째 단계는 운영화다. 이는 단순한 ‘방침 공지’가 아니라, 출근일 캘린더 설계, 협업 도구 활용 가이드, 평가 기준의 재정비, 관리자 리더십 리스킬링 등을 포함하는 제도 정착화 작업이다. 특히 운영화 단계에서는 출장, 긴급 지원, 재택 장기 불가 상황 등과 같은 예외 케이스에 대한 기준도 함께 정의되어야 하며, 연간 단위의 운영 성과 평가 루틴도 포함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균형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 설계

하이브리드 근무는 단기 제도가 아니라, 앞으로의 조직 운영의 기본 전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형평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 있게 설계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핵심이다. 특히 직무 특성에 따라 유연근무의 비율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구성원 모두가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투명한 소통과 근거 있는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동일한 조직 내에서도 마케팅 팀은 주 2회 출근, 개발팀은 전면 재택, 인사팀은 격주 출근을 채택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단순한 ‘특혜’가 아니라 직무의 속성과 조직 성과에 최적화된 선택이라는 설명이 병행되어야 구성원들의 수용성이 확보된다. 또한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설문 조사, 근무 만족도 평가, 성과 분석 결과 등을 통해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직무 기반 하이브리드 운영은 단지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이며, 그 중심에 정량화된 기준과 조율 가능한 유연성이 동시에 존재할 때 비로소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