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업무 환경의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특히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어디에서 일하느냐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워케이션(Work + Vacation)이다. 이름 그대로 일하면서 여행하거나, 여행지에서 일하는 새로운 근무 형태다.
워케이션은 단순히 출장 후 휴가를 붙이는 형태가 아니라, 일과 여가가 동시에 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서의 개념이다. 이를 통해 직원은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동시에 새로운 환경 속에서 리프레시할 수 있다.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이고, 번아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많은 기업들이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근래의 젊은 직장인들은 삶과 일의 경계를 보다 유연하게 바라보며, 일 중심의 삶이 아닌 삶 안의 일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들에게 워케이션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자기다움과 성과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근무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는 '여행하면서 일해도 되나?’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이제는 ‘왜 굳이 출근해야 하나?’라는 질문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국내외 기업의 워케이션 도입 사례와 정책 변화
워케이션은 처음에는 프리랜서나 디지털 노마드 중심으로 퍼졌지만, 최근에는 기업 단위에서 정책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자면, 미국의 구글, 아마존, 어도비 등은 직원들에게 1년에 일정 기간은 자유로운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어도비는 2022년부터 위치 유연성(Location Flexibility) 제도를 공식화했다. 일본도 대표적인 워케이션 실험 국가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지방 활성화와 일-삶 균형을 위해 워케이션 전용 리조트 및 코워킹 스페이스를 전국에 구축하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이를 활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후지쯔는 전 직원에게 거주지 및 근무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했고, 일부 직원은 오키나와나 홋카이도 등 관광지로 거주지를 옮겨 실제 워케이션을 실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이브리드 근무 지원을 위한 워케이션 실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 네이버, 우아한형제들, 직방 등 IT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워케이션을 도입했으며, 강릉, 제주, 여수 등지에 자체 워케이션 오피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특히 직방은 2021년부터 본사를 없애고 전면 원격근무 체제를 선언하면서, 직원들에게 국내외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3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주, 강릉, 부산 등지에 디지털 노마드 인프라 확대 및 워케이션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는 워케이션이 단순한 복지 혜택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재 유치 전략으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워케이션의 장점과 우려: 유연성과 몰입 사이의 균형
워케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율성과 창의성의 증대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업무는 루틴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사고와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자연 환경이나 문화적으로 풍부한 지역에서 일할 경우,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고, 업무 피로도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워케이션은 직원의 심리적 만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가 나를 신뢰하고, 유연성을 허용한다”는 인식이 형성되며, 이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소속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팀 단위의 워케이션은 팀워크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우려도 있다. 가장 흔한 걱정은 다른 하이브리드 근무 시에도 종종 언급되는 업무 집중도의 저하다. 휴양지나 여행지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 몰입이 어렵고, 예상치 못한 와이파이 문제나 공간 부족 등 물리적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이 불분명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워케이션 경험자들은 ‘오히려 업무와 휴식 모두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조직 입장에서는 성과 평가 및 관리의 어려움, 공정성 이슈가 과제로 남는다. 누군가는 제주에서 일하고, 누군가는 서울 본사에 출근한다면 직원 간 형평성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 도입 시와 같이 워케이션을 도입할 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성과 중심의 명확한 평가 체계와 신뢰 기반의 조직문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워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근무 전략
워케이션을 일회성 복지로 그치지 않고 조직의 유의미한 하이브리드 근무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명확한 운영 가이드라인이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조건 하에서 워케이션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예컨대 입사 1년 이상, 성과 평가 B 이상, 연간 최대 4주 등 회사별로 명확한 자격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인프라와 환경 지원이다. 워케이션을 떠나는 직원에게 일정 수준의 숙박비, 교통비, 코워킹 스페이스 이용료 등을 지원하거나, 지역 관광공사와 제휴를 통해 전용 업무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원활한 업무를 위한 워케이션 사이트 내의 화상회의 장비, VPN 접속 시스템, 협업 툴을 사전에 점검하고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성과 중심의 평가와 신뢰 기반 리더십이다. 워케이션은 자율성을 전제로 한 근무 방식인 만큼, 이를 허용하려면 일하는 모습이 아닌 일의 결과로 평가하는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관리자 역시 구성원의 시간이나 위치보다 목표 달성 여부, 팀워크, 협업 기여도를 중심으로 성과를 판단해야 한다.
넷째, 사후 피드백 및 개선 시스템이다. 워케이션 후 구성원들의 만족도와 하이브리드 근무에 따른 업무 영향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점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워케이션 참여자들의 경험을 내부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조직 내 워케이션 문화가 확산되고, 우려도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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