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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근무

하이브리드 근무를 위한 ABW(Activity-Based Workplace) 업무 환경

업무 활동의 성격에 가장 적합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

하이브리드 시대의 핵심, ABW란 무엇인가?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 팬데믹은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업무 공간의 개념까지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모든 직원이 동일한 책상에서 일하고, 출퇴근 시간도 고정된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업무 공간은 더 이상 ‘자리’의 개념이 아니라 ‘활동(Activity)’의 개념으로 재편되고 있다. 바로 이 흐름의 중심에 있는 것이 ABW(Activity-Based Workplace)다.

ABW는 말 그대로 업무 활동(Activity)의 성격에 따라 가장 적합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다. 직원들이 하는 일이 모두 다르고, 집중도가 필요한 시간과 협업이 필요한 시간도 다르기 때문에, 고정된 자리보다는 자율적으로 공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조용한 공간에서 문서 작업을 하다가, 토론이 필요한 시간에는 라운지나 협업 구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업무의 유형과 목적에 따라 적합한 공간을 활용하면 몰입도와 창의성이 동시에 향상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와 ABW의 이상적인 결합

하이브리드 근무는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다는 자유를 제공하지만, 그 자유를 잘 설계하지 않으면 협업 단절, 정보 비대칭, 집중력 저하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하이브리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업무 환경 재설계에 나서고 있으며, 그 해답으로 ABW를 선택하고 있다. ABW는 단순히 좌석의 유동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협업 중심 공간, 포커스 존, 전화부스, 크리에이티브 룸, 회의실, 오픈 라운지 등 다양한 목적의 공간을 마련하고, 직원이 필요에 따라 그 공간을 선택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는 하이브리드 근무의 유연성과 아주 잘 맞는다. 직원들은 사무실에 출근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을 때, 기존처럼 개인 책상이 아닌 업무 목적 중심의 공간을 활용하며 오히려 더 큰 업무 만족도를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월요일은 팀 회의가 많은 날이므로 협업 존에서 함께 일하고, 화요일과 수요일은 재택근무로 집중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며, 목요일에는 크리에이티브 공간에서 기획 워크숍을 진행하는 식이다. ABW는 이처럼 물리적, 심리적 유연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자율성과 생산성, 창의성의 균형을 가능하게 한다.

 

ABW 도입 사례: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변화 움직임

전 세계적으로 업무 환경을 혁신하려는 흐름 속에서, ABW의 철학을 반영한 사무 공간 설계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보험사 Interpolis는 일찍이 고정좌석을 없애고, 직원들이 업무 활동에 따라 자유롭게 공간을 선택하도록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록 이들이 ABW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자율 좌석제, 다양한 기능별 공간 배치, 시간 유연성 보장 등의 요소는 현재 하이브리드 근무를 잘 지원하는 ABW의 기본 개념과 높은 유사성을 보인다. 이 사례는 업무 만족도와 협업 빈도, 사무실 공간 활용률의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며 ABW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글로벌 IT 기업들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Microsoft는 The New World of Work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기술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왔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협업 중심 공간, 조용한 포커스 존, 원격 회의를 위한 전용 부스 등 다양한 업무 유형에 대응하는 공간 구성이 적용되었으며, 이는 ABW의 핵심 철학과 맞닿아 있다. 비록 ABW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업무 목적 중심의 공간 활용이 생산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전략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유연한 업무 공간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LG CNS는 판교 사옥에 유연 좌석제, 협업 공간, 포커스 공간 등을 조성하여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공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하고 있으며, 내부 만족도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SK텔레콤, KB국민은행 등 일부 대기업도 유사한 시도를 통해 사무실 공간을 재구성 중이며, 특히 업무 목적에 따라 협업 구역과 개인 업무 구역을 분리하는 방식은 ABW와 유사한 방향성을 보인다. 물론 국내에서는 아직 ABW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지만, 그 철학과 구조를 반영한 공간 실험과 적용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조직과 개인 모두가 준비해야 할 ABW 정착 전략

ABW는 단순한 오피스 인테리어나 좌석 정책의 변화가 아니다. 진정한 ABW의 성공은 조직 문화, 커뮤니케이션 방식, 리더십 구조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변경된 환경과 가능하다. 먼저 조직 차원에서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협업 도구의 구축, 일정 공유 시스템, 공간 예약 솔루션 등 인프라 마련이 필요하다. 예컨대, 팀원 간 출근 일정 공유, 협업 공간 사전 예약, 화상 회의 공간 확보 등의 체계가 갖춰져야 진정한 의미의 ‘유연한 협업’이 가능하다.

또한, ABW는 직원 개인의 업무 스타일과 집중 습관을 인지하고, 스스로 공간을 선택하는 자율성을 요구한다. 단순히 좋은 자리 찾기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맞는 공간은 어디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ABW에 대한 이해 교육, 공간 사용 가이드라인, 팀별 업무 특성에 맞춘 공간 사용 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조직의 문화와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ABW는 하이브리드 근무 속에서 단순한 실험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의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