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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근무

성과 중심의 하이브리드 근무 평가체계 설계 방법

하이브리드 근무 직장인의 모습

하이브리드 근무는 본질적으로 시간과 장소의 통제를 줄이고,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의 근무 평가체계는 대개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가' 혹은 '얼마나 눈에 띄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출근률, 상사의 인상, 상주 시간 등 물리적 기준에 기반한 정성적 평가가 일반적이었지만,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원격과 재택이 일상화되면서 “보이지 않는 직원”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인사관리 전반의 가장 큰 도전 과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는 ‘성과 중심 평가 시스템’이 평가체계의 핵심 원칙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결과만으로 평가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과정과 기여도를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구조, 즉 투명한 목표 설정, 지속적 피드백, 협업 기여 추적 등 데이터 기반 평가 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하이브리드 조직은 물리적 감시가 줄어든 만큼 신뢰에 기반한 운영이 필요하고, 그 신뢰를 성과로 증명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가장 먼저 ‘무엇을 성과로 정의할 것인가’를 기업과 조직 차원에서 재정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 매출이나 완료 과제 수를 넘어, 팀워크, 문제 해결력, 자율적 기획력 등 복합적인 역량을 측정 가능한 항목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 

SMART 목표와 OKR 활용한 하이브리드 근무 성과 기준 설계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는 성과 측정이 ‘투명성’과 ‘정량화’를 중심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꼽히는 것이 바로 SMART 목표 설정법OKR(Objectives & Key Results) 시스템이다. SMART는 구체적(Specific), 측정 가능(Measurable), 달성 가능(Achievable), 관련성 있는(Relevant), 시간 기반(Time-bound) 기준으로 성과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으로, 모호한 평가를 방지하고 직원의 자율성을 높여준다. OKR은 이보다 더 전략적이며 동기 부여 중심의 방식으로, 전체 회사의 전략 목표와 개인의 업무를 연동시키는 프레임워크다.

예를 들어, 마케팅 팀의 A 직원이 ‘월간 신규 유입 10% 성장’이라는 결과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에 기여하는 핵심 활동(KR)은 ‘SNS 채널 콘텐츠 5건 기획 및 실행’, ‘신규 캠페인 AB 테스트 2회 진행’과 같이 구체적인 행동 단위로 연결된다. 이처럼 OKR은 성과를 보이지 않는 노력까지 추적하고 설명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특히 하이브리드 근무에서는 실시간 보고나 물리적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목표 기반의 자기 관리 프레임워크가 더욱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OKR이나 SMART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한 번 설정한 목표가 고정되어 운영되어서는 안되며, 외부 변수와 팀 상황이 종종 바뀌하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 맞춰, 분기 또는 월 단위로 목표를 점검하고 조정하는 조직 내 세션이 필수적으로 운영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팀은 '피어 리뷰(peer review)'나 '주간 스탠드업 회의'를 통해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성과 정의에 대한 인식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개인의 성과와 팀의 성과를 별개로 평가하기보다는, 협업 지향적인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는 ‘집단 기여도’와 ‘크로스 펑션 협업’에 대한 평가 지표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즉, 혼자서 많은 일을 했는가보다는 같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었는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코치로서의 관리자 역할 변화

성과 중심의 평가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관리자의 역할 변화가 절실하다. 기존의 관리자가 업무를 분장하고 자리에 잘 앉아있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이였다면, 하이브리드 근무 기업의 관리자는 협업을 장려하고, 개인 역량 개발을 지원하며 성과 측정과 설정을 가이드하는 역할로 변모 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팀원을 직접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는 관리’는 더 이상 불가능하고, 대신 ‘성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관리’가 요구된다.

이러한 역할 변화는 단순한 직무 재정의가 아닌, 관리자 교육과 시스템 전환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성과 코칭 대화법, 피드백 기술, 원격 협업 관리 툴 숙련도 등을 포함한 리더십 재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평가가 자칫 성과 압박으로만 느껴지지 않도록, 정기적이고 긍정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하며, 단기 성과가 부족한 직원에게는 문제 지적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 중심의 개발 목표를 제시하는 코칭 마인드셋이 중요하다.

또한 관리자는 단순히 평가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팀 내 성과 정의 기준을 일관되게 세팅하고 조율하는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조직 내에서도 팀마다 ‘성과’의 기준이 다르면, 구성원들은 혼란을 겪고 상호 불신이 누적될 수 있다. 따라서 관리자는 성과를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평가될지를 명확히 커뮤니케이션하며, 성과 지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는 데 지속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디지털 툴과 데이터 기반 평가로 보이는 하이브리드 근무 성과 평가 설계

하이브리드 근무 성과 기반 평가체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수적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환경에서는 협업 기록, 업무 기여도, 피드백 흐름이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정량화하고 추적할 수 있는 협업툴과 성과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아사나(Asana), 트렐로(Trello), 지라(Jira) 등의 프로젝트 관리 툴, 루미오(Lumio), 퍼포스(Perforce), Lattice 등의 성과 관리 플랫폼이 있다.

이러한 툴들은 업무 단위별로 할당, 진행, 완료 여부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기여도와 일정 준수도 기록으로 남긴다. 더 나아가 정기 리뷰나 1:1 미팅 기록도 데이터화되어 관리자와 구성원이 성과 흐름을 객관적으로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하이브리드 근무 평가체계의 핵심은 개인의 선호나 친밀, 감정적인 추정이나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 보이는 결과를 성과화 하는 것이다.

또한 AI 기반 평가 보조 솔루션도 점차 도입되고 있다. 예컨대 일부 HRTech 기업들은 이메일과 캘린더 데이터를 분석해 협업 지수나 커뮤니케이션 밀도를 도출하고, 이를 성과 평가의 보조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이는 프라이버시 이슈와 윤리적 문제를 동반하므로, 데이터 활용에 앞서 투명한 기준 설정과 동의 절차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성과 측정 시스템은 단순히 관리자에게만 보이는 ‘관리 도구’가 아니라, 구성원이 스스로 자신의 목표 달성 상황을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자율적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 즉, “평가받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더 잘 일하기 위한 도구”라는 인식이 조직 내에 자리 잡도록 설계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평가 제도를 넘어, 하이브리드 근무를 통해 조직의 문화를 바꾸는 전략

성과 중심의 하이브리드 근무 평가체계는 단순한 제도의 보완이 아니라 조직의 근본적인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재편하는 핵심 전략이다. 평가 기준이 공정하고 명확해질수록 구성원은 자신의 기여가 어떻게 조직의 성과와 연결되는지를 인식하게 되고, 이는 곧 자율성과 몰입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반대로, 평가 기준이 모호하거나 일관되지 않다면 구성원은 불신과 방어적 태도로 업무에 임할 수밖에 없다. 직원들 간 물리적 연결의 빈도가 줄어드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에서는 이 부분을 서포트 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와 문화를 전사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 중심의 체계는 관리자와 직원 간 신뢰를 높이고, 자율적인 협업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 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성과를 내는 것' 자체보다도, '성과를 내는 방식을 조직 안에서 어떻게 공유하고 개선해가는가'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결국 하이브리드 시대의 성과 평가는 숫자를 집계하는 도구가 아니라, 건강한 피드백 문화와 자기주도적 성장 구조를 만드는 촉진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며, 시스템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을 정의하고 공유하는 방식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